본문 바로가기
기타

[보도자료]철도노동자는 사회 공공성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연대합니다.

by YH51 2022. 3. 31.

철도노동자는 사회 공공성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연대합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전동열차 탑승 투쟁이 여러 달에 걸쳐 연이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보수 정치인의 혐오를 조장하는 참담한 발언으로 인해 이 투쟁이 주목받았다는 데 철도노동자들은 부끄러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교통수단인 철도, 한국 사회 공공성을 이끌어 가는 기관차인 철도가, 정작 누구보다도 공공성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의 공공성 수준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 20년 동안 전장연의 전동열차 탑승 투쟁은 우리 사회 장애인 권리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서울 도시철도에서 이뤄지는 투쟁의 파급 효과는 서울과 경기인천을 잇는 철도공사의 광역전철로 그대로 넘어옵니다. 더불어 투쟁을 촉발시켰던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사망 사고는 당시 철도청(현 철도공사) 광역전철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 투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철도노동자들에게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어느새, 혐오와 배제가 우리 사회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위기가 계속되어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는 2022년의 세계에서, 특정한 집단을 이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사회적 연대를 산산조각내려는 보수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회적 연대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해질 때 깨집니다. 이렇게 연대가 깨진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단지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는 믿음이 퍼져 나간다면 결국 남는 것은 적대와 배제뿐일 것입니다. 공동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민들이 오히려 서로를 자신의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믿게 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시민들에게 증오와 배제를 퍼뜨리는 보수 정치인들의 언어는 그 자체로 사회 공공성을 파괴합니다. 이렇게 공공성이 파괴된 사회는 각자가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제 살길을 찾아 헤매야 하는 정글 같은 사회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양극화되고 더욱 불평등해지고 말았습니다. 정글 같은 사회에 이전보다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여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는 고통을 줄여야 할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전장연 역시 이 때문에 12대 정책 요구안을 제기했지만, 안타깝게도 정부도 국회도 이러한 요구에는 침묵하는 중입니다. 책임 있는 기관과 정치권 대신 현장 노동자들과 시민들만이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전장연이 전동열차를 투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결국 철도의 힘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열차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차량을 타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공공의 장소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노인이든 청년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리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가 열차를 이용합니다. 모두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이동의 힘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길이 바로 철도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교통망에 있습니다. 우리 철도노동자들은 장애인들이 차별이 철폐되고 사회 공공성이 더욱 튼튼하게 자리잡힌 미래에 공공의 열차를 타고 도착하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시민 여러분, 여러 달에 걸친 열차 탑승 투쟁 때문에 지쳐 있는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응원을 보내 주십시오.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업무를 합니다. 장애인들의 이동을 더욱 원활히 돕기 위해서는 부족한 현장 인력을 적정 수준으로 충원하고, 철도 곳곳에 남은 불충분한 안전 시스템을 더욱 세심하게 구성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우리 철도노동자들은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우리의 철도가 더욱 안전한 공공의 철도가 되도록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공공철도가 모두의 것이 되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이동권을 비롯한 모두의 사회적 권리가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들에게도 보장되기를 바라며 우리 철도노동자들은 전국 모든 철도에서 연대의 기적을 울릴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들과 현장 노동자들의 성숙한 대응에 무한히 감사드리며 인수위, 서울시 등 책임 있는 정부 기관과 정치권은 전장연의 요구안에 조속히 진정성 있는 답변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2022. 3. 31.

전국철도노동조합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버이날, 지하철 퀵  (0) 2020.05.09
<게잡이 공선> - 무명은 어떻게 노동자가 되었나  (0) 2020.01.20
메모  (0) 2018.06.18
무제  (0) 2018.06.17
단상) 드루킹과 피해자화의 문제  (0) 2018.04.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