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이었다. 오래만에 신분당선을 타고 광교중앙역으로 갔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낡은 모자를 쓴 한 노년 남성이 말을 걸었다.
“여기가 광교중앙역 맞나요? 너무 헷갈리네.”
그의 손에는 카네이션 꽃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광교중앙역에서 아주대학교 방향으로 나가는 출구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걸었다. 나 역시 같은 방향이었다. 길을 걷다보니 뒤에서 그 남성이 빠른 발걸음으로 나를 추월하고, 어느 순간부터 뛰기 시작했다. 배송지를 확인하는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보니 지하철퀵 일을 하는 것 같았다.
더위가 찾아오기 시작한 어버이날, 누군가에게 카네이션을 배달하기 위해 뛰어가는 노년 남성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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