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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적 잡상8

징병제라는 틀 평화의 물결과 함께 한국의 군대 시스템도 느린 변화를 시작한 듯 하다. 국방개혁과 연계된 변화들이 사병인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일어나고 있다. 복무기간 단축, 외출 외박 허용, 휴대전화 허용에 관한 계획들, 사병 월급 인상, 급양 개선 등등 많은 변화가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남북평화라는 국제관계의 방향에 따라 훈련 축소가 이루어지고,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대체복무제 실시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가석방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1차 대전 이후 추진된 총력전 체제의 구축,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공업화와 박정희식 총동원체제 구축이라는 수십년간의 군사주의적 흐름을 근본부터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이 체제의 기득권으로부터 뿐만 아니.. 2018. 11. 28.
새로운 '평화'와 '안보' 기나긴 군 생활도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주에 말년 병장을 위한 캠프를 다녀왔다. 캠프라고 해보았자 교육을 듣고 어디를 잠깐 다녀오고 수준이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걸 볼 수 있었다. 예전부터 공군은 육군에 비해 좀 더 첨단, 고급, 선진의 느낌을 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이번 캠프 강연 중에서는 안보 강연도 있었는데, 이 강연에서는 전역한 전직 공군 장성이 '삶'에 대한 강연을 하였다. 그 강연에서는 안보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나 적에 대한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모토는 우리 젊은 장병들의 행복한 삶이 안보라는 것이었다. 거의 귓등으로 듣고 조느라고 거의 듣지 못했지만, 대충 요지는 군 생활을 하나의 스토리로, 자신만의 것으로, 경험으로-사실은 상품으로-풀어낼 능력을 기르라는.. 2018. 10. 20.
단상) 환대의 조건들 나는 모 비행단에서 헌병대대 소속으로 제초를 하고 있다. 지난 주의 한창 더운날 뙤약볕 아래서 제초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져 운전병과 함께 언덕 아래 있는 타 대대 사무실을 찾아갔다. 친절하게도 사무실의 장병들은 휴지를 주고 다른 제초인원들이 마실 물과 얼음도 제공해주었다. 그들의 환대 덕분에 맨몸으로 찾아간 우리는 시원한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 그 이전 달에 헌병대대는 타 대대로부터 신고를 당해 머리검사를 비롯한 엄격한 생활점검을 받았다. 사실 헌병대대는 부대 내의 다른 대대들에게 공공연히 적대시되는데, 헌병대대 내의 정문초병과 일부 병사들에게 다른 병사·간부를 제지하고 잡고, 반입할 물품을 검사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늘 갈등의 원인이 .. 2018. 7. 14.
군필자들은 '배신'했는가? 최근 군복무 기간 단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온/오프라인 상에서 너무나 낯익은 논란이 일었다. 군필자들을 중심으로 군복무 기간이 단축되어서는 안된다 반대론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강한 억울함과 분노를 표하는 사람들, 복무 숙련도와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언급하며 어떻게든 반대 이유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것을 단지 내로남불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인간 사회의 좋지 않은 본성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 군복무 기간 단축을 비롯한 군 개혁을 추동하는 이유들 중 하나는 군필자들이 징병제의 불합리함과 군생활의 폭력성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복무를 하지 않는 여성들을 질시하고 육해공군에서 복무하지 못하는 공익근무자나 면제자를 이등국민 취급하며 병역거부자를 강력하게 비난한다. .. 2018.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