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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언젠가부터 손에 대지도 않던 소설을 보기 시작했고, 왕좌의 게임 같은 류가 아니면 관심도 없던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본방 이틀을 포함하여 4일 만에 드라마 하나를 또 다 보았다. 배경이 익숙했다. 조명이 비추는 성벽과 익숙한 골목들. 거의 매일 성벽 위를 다녔기 때문에 나오는 곳이 어디쯤인지 정말 생생하게 그려졌다. 사실 화성의 포인트는 가로등 꺼진 방화수류정(KT위즈의 홈경기가 없어야 한다!)과 ‘눈뽕’이 엄청난 화서문 안쪽인데 그 곳들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보는 내내 13번 버스가 생각났다. 학교에서 북문-남문을 지나 가보지도 않은 ‘이춘택병원’을 지나 수원역으로 가던 13번 버스. 물론 대부분을 세무서·도청 입구에서 내렸고, 내리면 바로 있던 총연맹 경기본부 건물 1층에 김밥집(이집 맛집이다.. 2022. 1. 29.
울타리치기: 자본주의 사회의 차별적 생활세계 언젠가 한 친구와 함께 대학로에 있는 모 식당을 찾아간 적이 있다. 우리는 밥을 맛있게 먹고 난 후에 즐겁게 헤어졌다. 다음에도 다시 그 식당을 가자는 말을 하면서. 그리고 며칠 후, 우연히 온라인에서 그 식당이 노키즈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당 내부나 문에는 그런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온라인에는 노키즈존이라고 적어놓았던 것이다. 이런 식당이나 카페는 이제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유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배제의 모습을 일상생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 아파트 단지를 보자. 이 단지는 높은 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외부의 아이들은 이 단지의 놀이터를 이용할 수 없다. 최단거리로 이동하려는 보행자도 이 단지를 횡단할 수 없다. 택배기.. 2021. 11. 9.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김금희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이 말을 하면 나를 오래 보아왔던 지인들의 반응은 “너가?”이다. 이해가는 반응이다. 3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문학을 거의 읽지 않았고, 읽더라도 거시적인 배경들을 가진 글을 읽어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선배를 만나러 대전에 갔다. 거기서 “다다르다”라는 독립서점에 들렀는데, 거기서 재미있는 것을 보았다. 『덕질 아카이빙』이라는 책이었다. 여러 작가들을 글을 아카이빙한 것 같았는데, 김금희편도 눈에 보였다. 그 책 안에는 모의고사 시험지도 있었는데, 작가에 관한 시험지였다. 가장 한국다운 덕질 같았다. 이 책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이 책의 제목이자, 단편 중 하나인 우리는 「페퍼로니에 왔어」는 2020년 김승옥문학상 .. 2021. 10. 1.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611627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모두가 기다려온 정세랑의 첫 에세이!친구의 도시를 걸으며 정세랑이 만난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았던 순간들덧없이 사라진다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에 대하여모두가 손꼽아 기다려온 book.naver.com 따듯했다. 오랜만에 느껴본 기분 좋은 따듯함이었다. 저자인 정세랑 작가가 SF작가이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SF는 금속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따듯함을 이 책에서 느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작가의 주 장르인 SF가 나의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전에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다루는 장르가 유사한 김초엽 작가의 책도 소설이 아니라, 『사이보그가 .. 2021.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