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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사, 역사의 민주적 재정립 - 1 1. 언어는 소리, 문자 등을 통해 표현된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형태의 언어 표현을 통해 타인과 소통한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모든 언어 활동이 기록되거나, 역사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기록되고, 역사가 되는가? 대통령,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부터 각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의 말, 행동은 기록된다. 그리고 때때로 역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이 시간에도 누군가 진행하고 있는 기자회견, 절박한 주장은 아무도 찾지 않아서, 아무도 기록해주지 않아서 공기 중으로 흩뿌려져 사라진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랑케(Leopold von Ranke, 1795 ~ 1886) 이후의 주류적 역사 서술은 실증주의의 길을 걷게 된다. 실증주의적 역사 서술은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를 ‘사.. 2017. 12. 12.
기수제와 나이주의 - 저항과 퇴행 사이에서 익히 알려져있듯이, 군대에서는 입대한 연월일에 따라 기수가 정해지고 같은 부대 내의 거의 대부분의 장병들이 기수 위계서열에 따른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원칙일 뿐이다.(좀 더 공식적인 원칙에 따르면 병사들은 상호존중하며 타 부대 장병과도 '전우님'이라는 호칭을 써야한다) 같은 부대 내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을 경우, 혹은 매우 친밀한 관계일 경우, 그 부대 내의 암묵적인 룰이 있을 경우(상병 이상, 병장 이상이라든지) 장병 간 호칭과 말투는 나이에 따를 수 있다. 편의상 이것을 '말놓기'라고 부르자. 이런 '말놓기'를 둘러싼 관계는 복잡하다. 간부들은 대체로 이를 묵인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있어서는 안되는 행위이다. '말놓기'는 엄격한 군대의 위계질서 규율을 위반하는 하나의 의사소통행위로 보인다. 그렇다면 '.. 2017. 12. 12.
훈련소의 경험에 대하여 아무래도 경험이라는 것은 글로 정리해서 남기지 않으면 어떤 감정의 뭉치로 남게된다. 그런 감정의 뭉치는 공감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지만, 어떤 억압, 불만, 억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로 남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 경험을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물론 이 글은 단순히 내 경험에 대한 썰풀이가 아니라 타인의 분석들을 틀로서 내 경험을 설명하고자 한 하나의 시도이고, 그래서 내 경험을 내 스스로 사상화한다거나 하는 거창하고 의미있는 시도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나에게 그럴 재능이 있다면 그러고 싶지만). 처음 훈련소와 맞닥뜨렸을 때 나를 긴장하게 한 것은, 조교들의 위압적인 태도나 낮선 환경이 아니었다. 나를 긴장하게 한 것은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들어온 온갖 군대 이야기들.. 2017.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