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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by YH51 2022. 1. 29.

<그 해 우리는>

언젠가부터 손에 대지도 않던 소설을 보기 시작했고, 왕좌의 게임 같은 류가 아니면 관심도 없던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본방 이틀을 포함하여 4일 만에 드라마 하나를 또 다 보았다.

배경이 익숙했다. 조명이 비추는 성벽과 익숙한 골목들. 거의 매일 성벽 위를 다녔기 때문에 나오는 곳이 어디쯤인지 정말 생생하게 그려졌다. 사실 화성의 포인트는 가로등 꺼진 방화수류정(KT위즈의 홈경기가 없어야 한다!)과 ‘눈뽕’이 엄청난 화서문 안쪽인데 그 곳들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보는 내내 13번 버스가 생각났다. 학교에서 북문-남문을 지나 가보지도 않은 ‘이춘택병원’을 지나 수원역으로 가던 13번 버스. 물론 대부분을 세무서·도청 입구에서 내렸고, 내리면 바로 있던 총연맹 경기본부 건물 1층에 김밥집(이집 맛집이다). 유독 나는 13번 버스에서 핸드폰을 보면 멀미를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정작 나는 그곳에서 데이트를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때의 생각은 “만약에 말야”를 생각해서 일상적 공간에 기억이 될만한 흔적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는데, 아무 의미 없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마음의 넓이는 순간마다 늘고 줄기를 반복하여 1년에 평균적으로 1cm 정도 넓어지는 것 같다. 아주 약소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늘어나도 이리 좁은데, 돌이켜보면 그 해에는 얼마나 속이 좁았을까. 그리고 그 좁은 속으로 나름 많은 것들을 참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참지 못하여 남에게 칼질을 얼마나 했으려나.

“사람들은 누구나 잊지 못하는 그 해가 있다고 해요. 그 기억으로 모든 해를 살아갈 만큼 오래도록 소중한. 그리고 우리에게 그 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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