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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리뷰

<공정한 보상>을 읽고

by YH51 2024. 3. 18.

*평등노동자회 소식지에 24년 3월에 기고한 글이나, 기록을 위해 남긴다.

 

1. SK하이닉스의 PS 갈등

몇 년 전, SK 하이닉스의 성과급 문제가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주 내용은 하이닉스의 성과급 배분액, 방식, 삼성전자와의 금액차 등에 MZ 세대가 강하게 반발하여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내부적으로 성과평가가 불공정하다는 공정성 논란도 함께 발생하였다. 이에 SK재벌의 최태원 회장, 하이닉스 대표이사 등이 직접 해명·사과 등을 하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관련한 내용을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대기업 사무직군은 매년 초 전년도 실적을 기반으로 PS라는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그러던 중 21SK 하이닉스 PS 지급(기본급 400%)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되었다. 문제제기의 핵심은 PS 산정 기준의 투명한 공개였다.

 

3. PS

PS는 초과이익분배(Profit sharing)를 말하는 것으로 기업의 목표 이익을 초과한 초과이익을 사전에 정한 비율만큼 노동자에게 배분하는 집단성과변동형 임금제도이다. PS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배분가능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여기서 배분가능이익이란 순이익에서 투자자 등 자본가에게 자기자본의 최저 은행이자율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분한 후 차액을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영업이익 8
- 세금 2
= 세후영업이익 6
- 자본비용 4
= 분배가능이익 2
* 분배율 20%  
= 성과급 재원 4천억

 

여기서 논란이 되는 핵심은 분배가능이익의 산출이다. 자본가에게 최저 은행이자율 이상을 보장해준 금액을 제하여야 하는데, 이 기준은 재무회계 등 외부에 공시해야하는 회계와 달리 내부 의사결정을 위해 만들어지는 관리회계의 영역이기 때문에 법적 규정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사업장에서의 기준이 적용된다. 분배율 역시 마찬가지이다.(분배율을 노사합의로 결정하는 사업장들도 존재한다.)

 

3. 임금과 공정성

경영학적 이론에 따르면 임금은 공정성, 안정성, 효과성(동기부여성), 평등성, 필요성 등 5가지 주요 원칙 하에 관리된다. 기존의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은 안정성, 평등성, 필요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었다. 특히 생애구조 중심의 필요성과 내부적 임금 평준화라는 평등성은 전노협 이래 연공급을 중심으로 한 임금극대화+(내부적)임금평준화라는 임금 전략과 일치한다.

하지만 SK 하이닉스 사건 등과 일련의 사회분위기로 유추해보면 추후 쟁점이 될 항목은 공정성과 효과성이다. 전자의 경우 저자는 동기부여이론 중 하나인 아담스(J.S.Adams)의 공정성 이론으로 설명한다.

아담스의 공정성 이론은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서의 공정성을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개인이 투입한 투입물(노력 등)과 유사한 산출물(임금, 승진 등)이 나오는 것에서 공정성을 지각하며, 이것이 불일치할 때에 불안감을 느끼며 이상행동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준거에 따라 대외적 공정성, 조직(내부) 공정성, 개인 공정성 등이 파생된다. 또한 공정성의 유형으로 절차적 공정성, 상호작용 공정성(조직문화, 사내 관계 등), 분배적 공정성(보상)으로 분류된다.

투입/산출 비교 행동
I>O
(과소보상)
불공정 지각, Input 축소. 내지 이탈
I=O 만족
I<O
(과대보상)
죄책감, 추가 Input, 이탈

 

해당 이론에 따르면 하이닉스 사례는 삼성전자라는 외부 준거집단과의 보상 불일치, 내부적으로는 같은 팀 내에서의 불일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노동자들이 임금의 불공정을 지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고정급인가 성과급인가

기존의 경우 다수의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물론 사용자도 상여금 등을 구체적인 성과와 조금 멀리 인식한 측면이 있다. 이는 성과측정기준도 세우기 어려웠고, 경기변동 등 자본가나 노동자가 통제불가능한 요인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측은 통상임금 증가를 회피하기 위해 기본급 증액 대신 임금을 각종 수당화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상여금 등을 단체협약 등으로 정기화하고자 하였다. 경영 실적에 따른 추가적 금원의 경우 차년도 임협 등을 통해 분배하였고, 이 과정에서 상여금이나 성과급은 구체적인 성과 측정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사용자의 가시적 지불능력, 경기변동 상황 등을 고려하여, 사실상 노사 힘의 균형에 의해 결정되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에는 성과(노력)에 대한 대가로서의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또한 기준 역시 사업장 전체에서 업종부문별로 쪼개지는 추세이다.

여기서 1차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PS 등 성과에 기반한 임금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포섭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노동운동의 경우 과거처럼 정기상여금 내부로 포섭하여 통상임금화시키려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반면 젊은 노동자들은 약간의 불확실성을 감수하더라도 성과적 요소로 남기기를 원할 것이다.

능력주의가 보편적인 정서로 자리 잡고 노동자들이 개인화되면서 갈수록 집단적 성과급에서 개인별 성과급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집단 성과급제 하에서 무임승차로 자신의 기여를 누군가 빼앗아 간다는 인식, 빠른 기술 변화로 인한 숙련상승설의 붕괴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집단성과급 하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한 저평가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그렇기에 기존의 고정 상여금화는 큰 발발을 살 우려가 있다.

레벤탈(Leventhal)에 따르면 임금의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보정확성, 수정가능성, 대표성,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현재 요구되는 것은 정보정확성이다. 그리고 흔들리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의 대표성이다.

소위 MZ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투명한 성과기준은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주장이다. 이는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정보비대칭성 약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성과평가라는 것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투명하게 성과평가를 한다고 하면 결국 노동자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이는 노동자 간의 단결을 깰 수밖에 없다.

 

5. 대응

문제는 대응이다. 결국 무엇을 지기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이다. 명확한 대응책을 현재 시점에서 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IMF를 경과하며 전사회적으로 이 직장이 평생 나를 고용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 한국 사회의 고용과 관련한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 자체가 사라졌다. 그렇기에 시간의 경과로서 보상받는 연공급제보다 성과급제나 직무급제 등을 선호하는 인식은 확장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로 인하여 주식, 코인 등의 한탕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고용 안정성 강화가 필수적 전제이다. 또한 작업장 내 민주주의, 직장 내 민주주의의 확산이 필요하다. 최근 직장갑질 등이 문제가 되는 등 과거와 다른 직장 내에서의 상호작용 공정성 부각되기도 한다. 아울러 직장 내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내의 민주주의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

 

6. 나가며

요요요 주의보라는 말이 있다. 소위 MZ세대가 직장 내에서 임원·상사들에 업무 지시에 많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첫 번째는 이걸요?’이다. 위에서 지시한 업무의 정확한 내용과 목적을 설명해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가요?’. 많은 직원 중에 해당 업무를 자신이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왜요?’이다. 해당 업무를 해야하는 이유와 필요성, 그리고 효과 등을 설명해달라는 것이다.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면 왜요?’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말 한마디에 끊임없이 달라붙는 왜요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매일 그들의 왜요는 정당한 질문이며, 설명해주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왜요를 하지 말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사실 정말로 궁금해서 왜요?’하기보다는 습관처럼 하는 아이들도 있기는 하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존에 당연하게 해왔던 일들, 당연하게 누군가했던 일들에 설명을 요구하면 기존 직원들 입장에서는 매우 번거롭다. 사실 이유 없이 하는 일들도 많기도 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것은 왜요?’는 원래 노동조합의 주업무이다. 생각해보면 자본과 사용자가 지시하는 업무, 인력배치 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설명을 요구하고, 나아가 이것을 논의·결정하는 과정에 노동조합에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질적 역할이기도 하다.(이는 회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내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혹자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사업장 담을 넘지 못하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사회는 민주화되었지만, 회사는 민주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MZ세대의 요요요는 직장 민주화(?)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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