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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리뷰

[서평] 혁명을 위한 수학 - 알고리즘 물신주의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너머는?

by 비내리는날 2023. 1. 19.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2779058 

 

혁명을 위한 수학

금융, 정치, 미디어, 정보, 쇼핑에서 지식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기저에 깔린 ‘지식에 대한 통계적 접근’의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저자는 통계와 확률에서 일어난 변화의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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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의 물화(Verdinglichung) 개념을 중심으로  알고리즘과 데이터 과학을 비판하고 있다. 오늘날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는 과학성과 객관성의 담지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부터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 어플리케이션까지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를 제공하고 소비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널리즘이나 연구에 있어서도 얼마나 많은 데이터들을 기계학습을 비롯한 데이터 처리 기술을 통해 정리했는지가 연구의 객관성과 정확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처럼 여기지곤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우리가 그 결과는 얻을지언정 매커니즘은 알지 못한 채 남아있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통계와 확률에 기반한 이런 프로그램들은 이미 전제된 가치관에 따라 생산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기존 사회의 가치관을 재생산할 뿐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복잡한 현실을 추상화해서 표현하는데는 유능하지만, 전혀 낯선 외부요인과 새로운 가치관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여기서 수학의 객관적인 성질은 이런 기술과 프로그램들을 통해 생성되는 결과물들을 물화하는 힘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주관적으로 나쁜 컨텐츠를 추천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문제적인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잘 팔릴만한 것들을 시청하도록 유도하여 극단적인 컨텐츠를 추천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빈도주의와 그에 대항해 등장한 베이지언 통계 모두 현실을 가치 밖의 영역에서 객관적으로 추상화할 수 있는 것처럼 만들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러한 점들이 자본주의를 지탱해주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물론 저자는 이러한 기술 자체나 추상화, 물화 자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새로운 형이상학, 새로운 수학이 기존의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기술의 신비를 대체하고 궁극적으로 보편성과 특수성,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 사이의 관계 자체를 재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의 제목인 혁명을 위한 수학(Revolutionary Mathmatics)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그보다 저자는 기존의 물신화된 과학기술의 신비를 해체함을 통해 '혁명을 위한 수학'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화끈한 대안이나 해법을 바라던 독자에게는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 기술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 오늘날, 그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며 비판을 위한 이론적 기초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나 이러한 기술들을 신봉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눈여겨 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Ps. 책의 37페이지에서 이탈리아 자율주의를 자치주의로 번역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오류인지 궁금하다. 후반부에는 자율주의로 나와있어서 오류라면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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