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 어쩌구6

트라우마와 인간성, 사회적 기억 요새 주임원사와 동료병사들의 추천(?)으로 부대 내 상담관과 주에 한 번씩 상담을 하고 있다. 군대에 대한 일반적인 걱정과 편견과는 달리 상담관은 전문적이고 비밀을 엄수하며 나름 체계적으로 상담을 하는 듯이 느껴졌다. 당연히 상담 내용은 가깝게는 최근의 일들부터 멀리는 아주 어렸을 때의 일까지를 다루는데, 잘 나지 않는 기억을 쥐어짜내는 것도,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기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다루는 전문상담관이라는 직업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에 대한 얘기를 하기보다는 좀 더 일반적인 얘기를 하고 싶다. 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얘기를 하는 것은 힘들까? 나는 왜 종종 상담관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왜곡하거나 회피하는 발언들을 했을까? 나 뿐만이 아니라 왜 .. 2018. 10. 6.
나와 '남성성'에 대하여 한 인간의 인생은 하나의 서사로 정리될 수 없다. 각자가 겪는 인생은 대체로 복잡다단하고 우연적이며 단절적이다. 오직 사후적으로만 거기서 어떤 인과관계나 서사를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후적으로 설정된 그 '서사'가 필요하다. 그 '서사'는 그 내용이 사실에 가까울지라도 근본적으로 픽션적이며 서사 이외의 사실들을 배제함으로서만 성립한다. 특히나 자기 서사는 왜곡, 오해, 미화, 자기기만을 거의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설사 자기객관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인생 속에서 개인적인 이유나 사회적인 압력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서두에 자기 서사에 대한 우려들을 이렇게 쓸데없이 나열한 이유는 나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의 글을 쓰기 위해서이다. 나는 이.. 2018.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