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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글쓰기

보수언론의 '새로운' 반공주의 프레임

by 비내리는날 2019. 2. 20.

 예전에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반공주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한 때, 2002년 월드컵 붉은악마 응원전이나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등을 들어 한국의 반공주의가 소멸의 길로 들어섰다는 식의 진단을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반공주의는 되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통진당 해산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다시 촛불 이후, 이제는 '빨갱이' 프레임이 먹히지 않는다고, 그 프레임에 머무른다면 야당이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오랜 세월 자리잡은 반공주의 프레임, 레토릭은 여전히 형태를 달리하여 불쑥불쑥 등장하고 있다. 보수언론과 정치세력들은 촛불 이후 쏟아져나오는 정동들을 기존의 프레임에 접합시키기 위해 익숙한 레토릭들을 이용하고 있다.


 이미 작년, 재작년의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과 가상화폐 규제 논란에서도 보수언론들이 반공주의적 레토릭을 지금의 청년세대의 '공정함'에 대한 감각에 접합시키려 한 적이 있었다(). 공정함에 대한 분노를 공정한 자유경쟁으로, 자유경쟁에 정치적인 규제를 가하는 정부를 국가주의로, 국가주의를 중국, 북한의 이미지로, 다시 그것을 사회주의로 치환하는 식의 일련의 비유가 그러한 감정을 기성의 반공주의로 연결시키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작년 불법촬영 반대시위로 불거진 불법영상 업로드 사이트에 대한 원천적 차단기술 도입과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의 <보도지침> 논란이었다. 전자에서는 '볼 자유', 인터넷 검열-중국 등의 인터넷 차단-사회주의를, 후자에서는 가이드라인-언론통제-독재-사회주의라는 식이었다. 규제와 개입을 자유의 반대항에 놓고, 자유를 침해하는 그러한 정부의 개입일체는 사회주의라는 식의 프레임이 구성된 것이다. 사실 여부를 제쳐놓고 보더라도 상당한 비약이 있음에도, 대통령 지지율 면에서, 특히 20대와 30대에서 이러한 논리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각주:1] 특히, SNS,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는 악정보들을 주류언론들이 쟁점화해 확인해주고, 정치세력들이 논쟁화하는 패턴이 이런 프레임의 효과를 강화시켰다. 물론 그러한 프레임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지거나 야당 등의 반대세력 지지로 선회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불만을 강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보수언론의 이러한 전략은 반공주의에 익숙한 구 세대의 지지와 반공주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신 세대가 가진 불만을 결집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처음 등장하면서 들고왔던 '국가주의' 논쟁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봐야한다. '국가주의'는 새로운 보수의 개혁을 위한 논의의 판이 아니라, 반공주의라는 낡은 프레임과 청년세대의 다른 감성을 접합시키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세대의 공정함, 정의에 대한 갈망과 반공주의의 접점으로서 '국가주의'는 무엇일까. 이미 우리는 청와대 청원게시판 등지에서 그 어렴풋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야경국가, 대처주의적인 세계관, 엄벌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의 결합이 그것이다. 흉악범죄자와 공정성을 해친 자에 대한 본보기적 엄벌과 그 공포를 통해 자유롭게 운영되는 시장경제. 빨갱이냐 아니냐의 낡은 논리는 '공정한' 시장경제의 판 속에서 생존자냐 패배자냐, 흉악범죄자냐 선량한 시민이냐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가상화폐의 말로가 보여주었듯이, 새로운 공정함의 장은 결코 정의로운 결과를 낳지 않는다. 자유로운 인터넷은 불법촬영물 근절은 커녕 확산에 기여했을 뿐이다. 가령, '인터넷 검열'을 저지한다 치면, 작년에 거리로 나온 10만 여성들의 분노, 지금 당장 해결하라는 분노는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적어도 언론이나 전문가,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면 프레임을 짜서 여론을 추수하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내놓아야한다.



첨부: 민언련의 여성가족부 성평등 가이드라인에 대한 팩트체크 - http://www.ccdm.or.kr/xe/watch/276142

  1. 기사: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025 http://www.dailian.co.kr/news/view/773700/?sc=naver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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