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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단상 지난 주 주말에 어쩌다 알게 된 운동권 친구와 연극을 보러 갔다. 이라고 작년에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셨던 오영수 배우께서 나와 많이 홍보된 연극이었다.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1939년 유럽이 전운에 쌓인 시기 구강암으로 죽어가던 노년의 프로이트와 젊은 기독교 변증가 C.S.루이스가 만나 신존재에 대한 격론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 연극은 이미 이 친구와 한 달 전에 신구씨가 프로이트 역으로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고 나오는 길에 우리는 지난번과는 다른 감상을 공유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간기의 유럽의 상황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와 너무 유사하다는 얘기를 했다. 지난번에는 신존재에 관한 둘의 의견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번에는 혐오, 전쟁, 극우주의, 정신적.. 2022. 3. 11.
익숙함 최근 여러 이유로 운전을 다시(?) 시작했다. 매일 아침 차를 운전해야한다는 약간의 부담, 그리고 전날 밤부터 내일은 차를 가져갈지 말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약간의 스트레스도 있다. 운전이 는다는 것은 뻔뻔해지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뻔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운전대를 잡아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다.(좋은 것인가?!) 어느 장면에서든 항상 익숙해짐을 경계해야하는데, 늘 그렇듯 역시나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는 항상 그렇듯 마음의 아림이다. 차를 살 때부터 첫차이니 막 타보자, 외관에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늘 마음 먹은 만큼 실천이 안되는 문제. 긴장하자! 2022. 1. 29.
<그 해 우리는> 언젠가부터 손에 대지도 않던 소설을 보기 시작했고, 왕좌의 게임 같은 류가 아니면 관심도 없던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본방 이틀을 포함하여 4일 만에 드라마 하나를 또 다 보았다. 배경이 익숙했다. 조명이 비추는 성벽과 익숙한 골목들. 거의 매일 성벽 위를 다녔기 때문에 나오는 곳이 어디쯤인지 정말 생생하게 그려졌다. 사실 화성의 포인트는 가로등 꺼진 방화수류정(KT위즈의 홈경기가 없어야 한다!)과 ‘눈뽕’이 엄청난 화서문 안쪽인데 그 곳들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보는 내내 13번 버스가 생각났다. 학교에서 북문-남문을 지나 가보지도 않은 ‘이춘택병원’을 지나 수원역으로 가던 13번 버스. 물론 대부분을 세무서·도청 입구에서 내렸고, 내리면 바로 있던 총연맹 경기본부 건물 1층에 김밥집(이집 맛집이다.. 2022. 1. 29.
울타리치기: 자본주의 사회의 차별적 생활세계 언젠가 한 친구와 함께 대학로에 있는 모 식당을 찾아간 적이 있다. 우리는 밥을 맛있게 먹고 난 후에 즐겁게 헤어졌다. 다음에도 다시 그 식당을 가자는 말을 하면서. 그리고 며칠 후, 우연히 온라인에서 그 식당이 노키즈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당 내부나 문에는 그런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온라인에는 노키즈존이라고 적어놓았던 것이다. 이런 식당이나 카페는 이제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유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배제의 모습을 일상생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 아파트 단지를 보자. 이 단지는 높은 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외부의 아이들은 이 단지의 놀이터를 이용할 수 없다. 최단거리로 이동하려는 보행자도 이 단지를 횡단할 수 없다. 택배기.. 2021.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