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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단상 지난 주 주말에 어쩌다 알게 된 운동권 친구와 연극을 보러 갔다. 이라고 작년에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셨던 오영수 배우께서 나와 많이 홍보된 연극이었다.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1939년 유럽이 전운에 쌓인 시기 구강암으로 죽어가던 노년의 프로이트와 젊은 기독교 변증가 C.S.루이스가 만나 신존재에 대한 격론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 연극은 이미 이 친구와 한 달 전에 신구씨가 프로이트 역으로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고 나오는 길에 우리는 지난번과는 다른 감상을 공유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간기의 유럽의 상황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와 너무 유사하다는 얘기를 했다. 지난번에는 신존재에 관한 둘의 의견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번에는 혐오, 전쟁, 극우주의, 정신적.. 공감수 0 댓글수 0 2022. 3. 11.
  • 백기완 선생님, 아주 낯선 당신을 기리며 최근에 아프시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누워만 계신다고 들었다. 전에는 집회에 가서 선생님이 앉아계시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2017년에 군입대를 하고부터는 실제로 뵌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돌아가셨다고 하니 왠지 모를 섭섭함을 느낀다.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없는 기분이다. 실은 선생님과 나의 삶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나는 문민정부 아래서 태어나 민주적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다. 물론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답지 못한 시기도 보냈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와 함께 왠지 모를 허무감이나 세상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자랐다.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전쟁을 겪고 세 번의 독재체제에 저항해왔고 온갖 투쟁에 함께해오셨다. 선생님의 속까지 내가 알길은 없지만, 겉에서 보기에는 뼛속까지 .. 공감수 0 댓글수 0 2021. 2. 19.
  • 장소의 기억: 학교의 추모비 우리학교 학생이었다면 누구나 처음 학교를 방문했을 때 4강의동 앞의 낯선 기둥 두 개를 보았을 것이다. 아마도 한자로 흰 말뚝 위에 학과와 이름, 연도가 적혀있다. 이 두 말뚝은 학교를 다니던 어떤 두 학우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 중 하나에는 학생회 간부 수련회 도중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짤막한 설명이 담긴 표지석과 고인이 남긴 글이 남아있다. 학교의 언덕을 따라 5강의동으로 내려가 후문 방향으로 몸을 틀면, 이번에는 2004년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나온다. 이 표지석 역시 학우인 누군가를 추모하는 비석으로 보인다. 종종 비석 앞에는 꽃다발이 놓이는 것으로 보아 아직 학교에 남은 구성원 중 누군가가 계속 추모해준 것 같다. 처음 봤을 때 궁금증을 자아내던 이 추모비들은 왁자지껄한 학교생활.. 공감수 1 댓글수 0 2021. 1. 20.
  • 장례의 경험 - 보내드림과 회복의 시간 11월 4일 오전 5시 45분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올 한해 계속 앓아왔기 때문에 갑작스럽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에 슬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병원비를 정산하고 장례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십대 중반이니만큼 나도 어리다곤 할 수 없지만, 장례절차나 과정을 거의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기만 했다. 이런 일은 보통 아빠가 도맡아서 해왔기 때문이다. 아빠의 부재가 절실히 느껴졌다. 이 짧은 글은 장례 기간 며칠동안 내가 겪고 느꼈던 것을 정리해서 적어본 것이다. 이렇게 해야 내가 느낀 것들을 잘 정리하고, 또 글을 적으면서 아빠를 기억하고 애도해주신 분들을 떠올리고 아빠를 떠나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 공감수 3 댓글수 0 2020. 11. 9.
  • 트라우마와 인간성, 사회적 기억 요새 주임원사와 동료병사들의 추천(?)으로 부대 내 상담관과 주에 한 번씩 상담을 하고 있다. 군대에 대한 일반적인 걱정과 편견과는 달리 상담관은 전문적이고 비밀을 엄수하며 나름 체계적으로 상담을 하는 듯이 느껴졌다. 당연히 상담 내용은 가깝게는 최근의 일들부터 멀리는 아주 어렸을 때의 일까지를 다루는데, 잘 나지 않는 기억을 쥐어짜내는 것도,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기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다루는 전문상담관이라는 직업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에 대한 얘기를 하기보다는 좀 더 일반적인 얘기를 하고 싶다. 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얘기를 하는 것은 힘들까? 나는 왜 종종 상담관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왜곡하거나 회피하는 발언들을 했을까? 나 뿐만이 아니라 왜 ..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10. 6.
  • 나와 '남성성'에 대하여 한 인간의 인생은 하나의 서사로 정리될 수 없다. 각자가 겪는 인생은 대체로 복잡다단하고 우연적이며 단절적이다. 오직 사후적으로만 거기서 어떤 인과관계나 서사를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후적으로 설정된 그 '서사'가 필요하다. 그 '서사'는 그 내용이 사실에 가까울지라도 근본적으로 픽션적이며 서사 이외의 사실들을 배제함으로서만 성립한다. 특히나 자기 서사는 왜곡, 오해, 미화, 자기기만을 거의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설사 자기객관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인생 속에서 개인적인 이유나 사회적인 압력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서두에 자기 서사에 대한 우려들을 이렇게 쓸데없이 나열한 이유는 나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의 글을 쓰기 위해서이다. 나는 이.. 공감수 0 댓글수 0 2018.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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