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하지 않는 선거 기간을 보내며
투표권이 생기기도 훨씬 전부터 선거기간에는 선거운동을 했었다. 청소년 시절에는 청소년 지지선언과 SNS로, 성인이 되고부터는 선거운동원, 실무자, 후보자 수행, 사무장까지 사실상 후보 빼고는 다 해보았다. 이번에도 꽤 많은 아는 얼굴과 이름들이 이번 선거에도 출마했다. 하지만 올해 총선은 다양한 이유로 관전자의 위치에서 보내게 되었다.
지역에서 오랜 세월동안 진보정당 운동을 해왔던 한 선배와 점심식사를 했다. 같이 걷다보니 사거리에는 각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 선배와 나는 같은 이유로 현재의 당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선거기간에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어색함과 편함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선거기간에 적극적인 진보정당 당원은 솔직히 매우 피곤하다. 본인이 후원금을 마련해야하는 것은 기본이며, 지인들의 세액공제를 조직하여야하고, 가능하다면 출퇴근 시간에 못해도 주말에는 가까운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야 한다. 또한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본선 기간이 ‘땡’ 하기 전에는 현수막 위치를 잡기 위해 이른 저녁부터 길바닥에 서 있어야하기도 한다.
내가 선거운동을 하지 않으니 사실 나는 선거 시즌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인지, 나는 한번도 내가 사는 지역의 후보와 선거운동원을 마주치지 못했다. 예비선거기간이 끝나고 본선에 진입한 것도 출근하다 본 현수막 때문이었다. 현수막은 본 선거기간에만 달수 있기 때문이다.(그러고보니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세월호 참사로 요란한 선거운동을 자제하자는 분위기였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SNS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후보로서 마이크를 잡고, 누군가는 특정 후보와 정당의 후원을 요청하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이 올라온다. 나 역시도 매번 그래왔을 것이다.
선거운동 하지 않는 선거 기간을 보내며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는 어떻게 저 지루한 피켓을 들고 가만히 서있는 시간을 버텨왔을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해달라며 외쳤을까. 그리고 유세차 방송 소리가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사과했을까. 안그래도 비어있는 나의 잔고에서 어떻게 후원금을 만들어 냈을까. 확실히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 선거는 매우 편하다. 그럼에도 자꾸 이상한 어색함이 불어온다. 관성과 습관의 무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