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공정'인가? -공정성에 관한 메모
무엇이 ‘공정’인가?
-공정성에 관한 메모
요즘 이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공정’성이다. 공정성은 조국 前 법무부 장관 이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입시 제도 개편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이슈에는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공정성은 갑자기 튀어오른 단어가 아니다. 롤스의 ⌜정의론⌟을 다룬 마이크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몇년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책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주요하게 언급한 말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였다는 것을 생각해보아도 이미 ‘공정’은 이미 꽤 오래 전부터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이었다.
공정함 그리고 차등적 배분(합리적 차별?)의 이론적 배경은 앞서도 언급한 롤스의 정의 개념이다. 롤스는 정의론에서 정의에 관한 몇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번째 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동등한 권리, 소유의 자유 등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차등’의 원칙이다. 사회 최소 수혜 성원들의 최대 이익이 보장되고, 기회가 평등하다면 재화 등의 차등 분배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정의로울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모두의 사회적 권리가 동등하고, 기회가 공평하다면 결과의 차등 배분은 공정하다는 것이다.
공정과 함께 등장하는 단어는 ‘역차별’이다. 이 단어는 보통 ‘잘못된 공정’을 보장해주기 위해 자신들이 역으로 차별 받는 다는 의미로 통한다. 역차별은 위의 롤스의 두 원칙이 지켜졌는데, 왜 차별적으로 재화를 배분하지 않느냐, 왜 차별을 기계적으로 제거하려고만 하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롤스는 공정함에 하나의 대전제를 세운다. 그것은 바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라고 불리는 원칙이다. 이는 경쟁 방식 등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 경제적 상황, 인종, 지역 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출된 방식이어야한다는 것이다. 즉 입시제도를 논함에 있어서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이 강남에서 태어날지, 도서지역에서 태어날지, 도시 중산층일지, 도시 빈민일지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최고의 대안이 되게끔 결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무의식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어느정도의 주관이 담길 수 밖에 없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 개편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치 수능 중심의 정시가 모든 공정성을 담보해준다는 분위기는 ‘무지의 베일’을 고려하지 않고 정의의 원칙을 들이댄 것이다. 교육 당사자가 도서지역의 학생이라면 정시가 유리한 방법인가? 아마 서울대학교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지역균형선발이 가장 유리하고 공정한 입장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말하듯,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의 우선하는 원칙은 ‘기회의 평등’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회의 평등은 단순하게 같은 시간에, 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볼 수 있는 평등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공정함은 어떠한 공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