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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리뷰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by YH51 2021. 9. 28.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611627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모두가 기다려온 정세랑의 첫 에세이!친구의 도시를 걸으며 정세랑이 만난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았던 순간들덧없이 사라진다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에 대하여모두가 손꼽아 기다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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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듯했다. 오랜만에 느껴본 기분 좋은 따듯함이었다. 저자인 정세랑 작가가 SF작가이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SF는 금속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따듯함을 이 책에서 느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작가의 주 장르인 SF가 나의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전에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다루는 장르가 유사한 김초엽 작가의 책도 소설이 아니라,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기술과 장애의 관계 등을 담은 책이었다.

 

 

생각을 하며 걸으며 머릿속에서 돌 구슬이 구르는 소리가 나고 그렇게 걷던 거리들의 이름은 이제 희미해졌지만, 2016년 벨기에 폭탄 테러 대상 중 한 곳이었던 말베이크역은 분명히 기억난다. 어떤 지명을 알게 되고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면 감수해야 할 것들이 는다. p.202

 

 

  '침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그 단어에서 연상되는 장면들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이후이다. 사람마다 연상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안산’이라는 지명에서도 나는 세월호와 단원고등학교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당시 우리 사회는 세월호 사건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이제는 달라져야한다는 다짐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유가족들을 향한 조롱과 혐오의 메시지도 가득했다. 정권과 국회의 반응도 차가웠다.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과거와 같이 이윤 앞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는 시스템을 더 이상 가만히 둘 수 없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해변에도 맹독성 해파리들이 있고, 환한 잔디밭에서도 흉기가 칼집에서 빠져나온다. 세계는, 인류는 문명은 순식간에 백 년씩 거꾸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럴 때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견뎌야만 한다.
 같은 장소에서 언제나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지금이 그리 좋지 않은 시대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어디선가 다정한 대화들이 계속되고 있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버릴 수가 없다. p.47

 

 

 그런 사람들은 어느 시절에나, 시대에나 항상 존재했다. 다만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모든 노동자를 품어주었던 이소선님, 한진중공업의 김진숙 동지, 故 김용균님의 어머니인 김미숙님,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무명(無名)으로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눈물 흘리고, 목소리를 내왔던 광장들과 여러 장소들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해졌다. 다른 일들로 그곳들을 지날 때면 가끔 당시의 상황들이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세상이 망가지는 속도가 무서워도, 고치려는 사람들 역시 쉬지 않는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절망이 언제나 가장 쉬운 감정인 듯싶어, 책임감 있는 성인에게 어울리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변화가 확산되는 것은 인류역사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패턴이기 때문에 시선을 멀리 던진다. 합리성과 이타성, 전환과 전복을 믿고 있다. 우리는 하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사는 종이 아니니까. p.254

 

 

 절망하지 않은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세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절망이 가장 쉬운 감정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절망을 택한다. 그리고 그런 절망이 뭉친 사회적 냉소의 장벽은 무엇보다 높다. 그럼에도 절망하지 않는 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변화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낙관부터 체계적인 저항까지 모든 것들이 그 가능성이다. 사실 과거에는 전자를 무시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닐까 싶기도하다. 그리고 그 막연한 낙관을 지켜주기 위해서 다정한 대화들이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거시적인 담론 속에 가려진 소소한 일상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누군가의 개운한 아침이, 산뜻한 산책길이, 조금은 피곤한 퇴근길이, 다소 슴슴한 저녁 식사가, 그리고 잠들기 전의 사소한 이야기가 계속 되기를 바란다. 모두의 안전한 세상 여행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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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절망하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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